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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후기

일일시호일 Every Day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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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개봉: 2019.01.17

내용: 스무살의 노리코는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다도가 그녀의 일상에 스며들면서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할 때에도 소중한 사람을 잃고 마음의 방황기를 거칠 때에도 따스한 찻물이 그녀의 매일매일을 채우기 시작한다.

첫 장면부터 무엇을 하며 먹고 살 지 고민하는 노리코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이 되는 장면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난 무엇을 하며 나의 일생에서 보람된 일을 하며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이 고민은 끝나질 않았다. 지하철 꽉 찬 사람들 틈 사이에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지극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 공감이 갔다.

엄마의 권유로 호기심 반 친척 미치코와 함께 가 보기로 한 다도원. 찾아가는 골목도 아담하고, 따스한 햇살이 그들을 반겨주어 처음 가보는 미지의 길이지만 새로 방문하는 그들을 정답게 맞이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집 주변에도 저런 다도원이 있으면 나도 한 번 가 보고 싶다.

호기롭게 다도의 길을 입문하게 되는 문을 여는 주인공 노리코의 친척이자 동갑내기 친구 미치코. 이 장면에서도 느껴지듯이 같은 나이대인 노리코와 미치코는 성향이 다르다. 입고 있는 옷 색깔에서도 살짝 엿 볼수 있다. 빨간색의 옷을 입은 미치코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는 외향적인 성향, 하얀옷의 주인공 노리코는 차분한 흰색의 조용한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 

영화를 볼 때에는 옷차림을 신경쓰고 본 건 아니었는데, 지금 보니 옷의 색깔에서도 성격의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의 과자와 떡을 통칭하여 "와가시" 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화과자" 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노리코도 모든 것이 서툴렀다. 고름 접는 법, 붓이나 도구를 쓰는 법, 쓰는 이유, 찬 물과 더운 물의 미묘한 소리차이 등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 아기처럼 하나 하나씩 물어보고 몸에 익어가기 시작한다. 취업준비를 할 때에도,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그녀는 다도만은 놓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모의 권유로 시작한 다도였지만, 어느 샌가 그녀의 삶에 다도가 잔잔히 스며들어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집에서 독립하여 살게 된다. 그래도 다도는 놓지 않았고, 보통 때와 다름 없는 어느 날 아빠한테 시간 괜찮으면 일 끝나고 같이 저녁 식사를 하자는 전화가 걸려온다. 하지만 일이 있다고 거절한 노리코. 이게 아빠와 마지막 통화가 될 꺼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장면 쯔음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고, 슬픔을 머금고 다도를 이어나가던 중, 다도 중 비가 세차게 내린다. 그 때 눈을 감고 빗소리에 집중하는 노리코, 눈을 감고 빗소리를 들으며, 바닷가를 연상하게 된다. 그 곳에서 세상을 떠난 아빠와도 마음속으로, 정신적으로 재회를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울컥했었다. 아무렇지 않게 바쁘니깐 다음에 같이 밥 먹자고 통화를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알았다면, 어떤 약속이었더라도 당연히 취소하고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냈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항상 우리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일일시호일" ->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는 말은 따스한 봄일 때는 파릇파릇한 새싹과 역동적인 생명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세찬 비바람이 불 거나 추운 겨울에도 매서운 추위를 느끼면서, 비를 맞으면서 그 때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즉 시련이 닥친 날이나 시기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본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날이 좋은 날이다 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이 영화는 잔잔하면서 따스한 풍경, 다도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 인생의 희노애락을 다도와 함께 풀어냈다는 부분에 보는 내내 따뜻했다.

인생영화 로 꼽아도 좋을 만큼 아름답고, 영화에서 다도를 배우는 장소와 주인공의 행위가 정갈하면서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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