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공유

비 오는 날엔

SMALL

오랜만의 반가운 비다.

다행히 남부지방보단 많이 내리는 건 아니어서 적당한 비를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코로나 바이러스도 저 빗줄기에 씻겨서 같이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퇴근 길 버스에서 내려 근사한 풍경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의 비가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선명하게 찍히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더 마음에 든달까?
몽환적이면서도 뚜렷하지 않은 피사체가 오히려 선명한 것보다도 더 마음에 와닿았다.

창에 부딪혀서 한 방울 두 방울 흘러 내리는 걸 보고 있으니 문득 그런 물방울이 귀엽기도 하고 사선으로 줄긋듯이 창에 비친 빗줄기가 멋있다. 나도 창에 붙어 흘러내리는 빗방울처럼 내가 의도치 않게 생기는 고민들과 걱정들이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


어렸을 적에는 비 오는 날에 친구들하고 달팽이 잡고 집에 와서 상추 위에 올려놔 한참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달팽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비 올땐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 내리는 걸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가끔은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마저도 내 감성을 풍요롭게 해주는 듯해서 나쁘지 않다. 내 귓가에 들리는 빗소리는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 나의 시간 속에 잠시 쉬어가는 쉼표의 느낌을 준다.
빗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라고 자기를 위로하는 느낌?
친구 중에 여행사 다니는 친구도 오늘 회사에서 무급휴가 내년 1월까지 예정이라고 확정됐다고 한다. 국내 여행 알선도 힘든 실정이라..나라에서는 지원금 7-80 만원 지원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는 현실적으로 나가는 돈이 많은데 혼자 생활비 빠듯하다.
지금은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남이 가진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 좀 더 집중하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너무 애쓰지는 말고 내가 가진 능력껏 천천히..
소리없이 스며드는 가는 빗줄기처럼.

역시 비오는 날엔 평소보다 좀 더 감성적인 사람이 되는 거 같다.